[2012/12/17] 제주 여행 - 둘째날: 올레길 1코스

어제도 결국 늦게 잤으니..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는 없는거다.

7시에 첫 알람 소리를 듣고도 그냥 끈 다음, 눈감고 다시 수면 모드.

다음 알람 소리를 듣고서야 주섬주섬 일어난다.

호텔을 예약할 때 아침 먹을 곳이 마땅찮았기 때문에 패키지로 예약했다. 하지만 패키지는 조식뷔페가 두 장이라는 게 또.. -_-a

결국 한 장은 써먹을 길이 없다.

그렇게 씻지도 않고 모자만 덜렁쓰고 아침을 간단히(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아침이 별로 안땡겼다) 먹고, 귤 하나 챙겨서 나왔다.

이따가 걸으면서 까먹으려고. :)

다시 올라가서 씻고, 짐정리하고, 옷입고 체크 아웃.

로비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려다 밖을 보니 이미 빈 택시가 두어 대 보인다.

'시외버스터미널로 가 주세요.'

가다가 아저씨께서 '여기서 기다리다 타세요.' 하신다. 멀리까지 갈 필요없이 가까운데서 타면 된다고 하시네.

'고맙습니다.'

내려서 버스 시간표를 보고 있는데 마침 버스가 오길래 물어봤더니 성산으로 간단다. 어예~

지난 밤에 잠이 부족했던 탓에 버스 안에서도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앞으로 한 시간이나 더 가야하니 못 내릴 일은 없겠다 싶은거지.


10시 반쯤 되었을까.. 올레길 1코스 시작점인 시흥리에 도착.

화장실도 다녀오고, 시작스탬프도 일단 받아둔다.


오른쪽에는 1코스 시작지점 스탬프가, 왼쪽으로 가면 올레길 1코스이다.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건 양쪽으로 늘어선 무밭과 당근밭들.

화산섬에, 돌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밭두렁이 다 현무암인 듯 하다.


무가 실하다.


당근밭도 파릇파릇... 이면 좀 이상한 것 같기도. :)


그렇게 20분을 밭 사잇길로 걷다보니 드디어 두산봉(말미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사이좋게 등산 중인 청년들. 혼자가는 여행도 좋지만 역시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하는 게 더 즐겁지 않을까?


나름 가파른 길을 올라 뒤를 돌아보니 이런 풍경이.. 왼쪽끝에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오른쪽은.. 왕뫼..쯤 되려나?


겨울임에도 이렇게 파릇파릇한 밭들을 볼 수 있는 동네는 제주도 밖에 없지 않을까? 12월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아.. 깜짝이야. -_-;;


왼쪽 중단이 시흥초등학교, 왼쪽 위에 보이는 건 우도.. 그리고 오른쪽 중단은 성산일출봉. 내가 걸어온 길은 사진 가운데에서 오른쪽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길.


두산봉에서 알오름(종달)로 가는 길에는 이렇게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날씨 정말 우울하네. 쩝..)


지구는 둥글다. 뭐.. 렌즈의 힘이긴 하다만..


트럭들, 그리고 트랙터로 보이는 장비들이 지나가는 걸로 봐선 오늘 누구네 무밭이나 당근밭을 수확하나보다.


알오름을 오르는 중.

둘이서 함게 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

더불어 나중에 공유하게 될 추억들도 생기게 되는 거지.


오늘도 갈대는 어김없이 보이고..


돌담 건너 밭에 약을 치시는 아저씨. 비가 온 다음이니 설마 물은 아닐거다.


드디어 종달리에 접어들었다.

종달리초등학교. 초등학교에 이런 나무가.. 이국적인 풍경이다.


종달리라는 동네..

동네가 참 이쁘다. 돌담이며, 낮게 지어진 집들이며.. 옹기종기, 아기자기. :)

혹시 제주도에 내려와서 살게 된다면 이 동네도 괜찮지 싶다.

(물론 제주도에서 본 동네가 별로 없다는게 함정. ㅎㅎ)


셀카도 하나. :)


흰색의 벽, 집.. 그리고 검은 돌담.

뭍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


마을에 있던 나무.

뒤에 갈대밭은 옛날에 소금을 만들던 밭이었단다.

아마 지금도 소금기가 남아있을테니 농사짓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이제부터 바다 옆으로 지나간다.


적당히 마른게 먹음직 스럽다.


물빛도 예쁘고 맑다.

다만 사람이 날려갈 만큼 불어대는 미친 바람만 아니면 다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송난포구. 멀리 지미봉이 보인다.


이렇게 자전거도로도 잘 닦여있지만.. 만일 자전거로 간다면 그냥 차도로 가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진건가? 뒤는 우도.


드디어 성산일출봉이 지척이다.

그래도 올레길을 따라가다보면 아직 1시간 정도는 더 가야한다.

그리고.. 이제 구름사이로 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갑문교 아래쪽에 갈매기들의 쉼터가 있는데.. 근처로 지나가면 얘네들 그냥 날아가 버린다.

해치지 않는다고!



가로지르면 일출봉에 금방 닿을 길이지만..

올레길은 이렇게 돌아가는 수고를 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런 길이 더 좋다. 쉬엄쉬엄 여유있게 돌아보란 얘기가 아닐까?


뒤돌아보면 이런 풍경. 오른쪽이 성산포항.


앞에는 성산일출봉.


적당히 가운데를 보면 우도가 보인다.


시간은 흘러흘러 벌써 2시 반이 넘었다.

점심은 돌문어숙회를 먹기로 했고.. 그리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식당이 나온다.


식당에 도착해서 문을 여니 3시 가까이 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이 만석. 딱 한자리만 빼고.

오늘은 행운이 계속되는 듯한 느낌. :)


일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돌문어숙회를 주문.


막걸리가 빠지면 섭하지!

주종 선택이 약간 아쉽긴 했지만.. 따뜻하고 쫄깃쫄깃한 돌문어 식감은 최고였다.


문어만 먹고 말거냐?

아니지.. 해물라면도 흡입.


점심을 거하게 먹고 성산일출봉에 오르기로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올라가보지도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잖은가.

입장료 2,000원을 내고 고고~


오늘 걸어온 길이 다~ 보인다.

멀리 지미봉, 그리고 해안길, 갑문교, 성산포항..


광치기해변.


성산포항.


두 장을 붙여봤는데.. 오른쪽 사진이 왕창 늘어났다. :)


일출봉 정상에서.

내가 먼저 찍어드리고 '저도 찍어주세요' 해서 나온 사진.


섭지코지는 좀 멀리 보인다.



내려오는 길. 그리고 광치기해변. 사진의 왼쪽 가운데 쯤이 올레길 1코스 종점이다.







다 내려와서 셀카. :)


날이 흐려지고.. 시간도 꽤 많이 지났고.. 해도 넘어가고 있는 상황.

다행히도 광치기해변만 지나면되니 1코스도 이제 막바지다.


시간에도 거리가 있다면.. 오래 전의 일들은 점점 더 기억에서 희미해지겠지?

그렇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좋든, 싫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될거다.

하지만 나중에 반추해보면 "대부분" 좋은 기억만 남게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의 기억은 참 영악하다..라고 해야할까.. :)


다왔다~~~

하지만 중간스탬프는 어딘지 몰라서 못받았단;;; ㅠㅠ


다행히도 해변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제주시로 가는 버스 등장.

버스를 타고 저녁먹을 동문시장 '근처'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저물고 밤이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왔으니 순대국밥은 먹어줘야지.

근데 주문은 '순대백반' 이다.

6,500원을 드렸더니 500원은 됐단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


저녁을 이렇게 먹고 동문시장을 지나 버스를 타고 처음에 내렸던 제주공항으로 돌아왔다.


안녕.

덕분에 즐거웠어. 다음에 또 보자. :)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을 정도로 볼 것도 많았고, 먹을 것도 많았고, 또 생각할 것도 많았던 시간.

등짐을 지고 약 40km를 걸었으니.. 쉬웠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뭐 평지니까.

모든 올레길을 다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만 예쁜 곳들만 골라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뭐.. 어딜가든 평소와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들뜨게 하긴 하지만.


역시나 아래 지도는 오늘 걸었던 길을 표시한 것.

걸린시간: 6:37

거리: 19.02km

상승: 326m

하강: 321m

Posted at 2013. 1. 12. 08:09
Posted in 여행


iftheone’s Blog
Total . Today . Yesterday

About

블로그 이미지 Amuse, but never abuse.
by iftheone

Notice

category

뭐가 있나? (80)
일상 (33)
사진 (2)
여행 (10)
라이딩 (7)
(0)
음악 (0)
끄적끄적 (3)
과거자료 (25)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